풍납토성

송광사/낙안읍성/벌교 - 소록도 / 나로도

(송광사)

승보사찰 송광사의 최초 이름은 길상사라 한다.

정치에 밀착된 불교의 모습은 고려말 극에달해 불교의 순수성을 훼손시키고, 수행의 근본 취지가 손상되어 전해내려 온다.

보조국사는 불교의 이러한 면모를 일신하고자 정혜결사를 조직하였다. 순수한 불교, 수행이 주가 되는 노력이었으며 그 노력의 중심지가 송광사였다. 그때 절의 이름도 길상사에서 정혜사(定慧社)로 바꾸었다 한다. 이후 수선사(修禪社)로 바뀌었고 조선초기 송광사(松廣寺)로 바뀌었다.

작년 비가 부슬부슬 여름날 이곳을 찾은 적이 있다. 그때 순천시에서 파견된 조선족 안내인이 절의 곳곳을 설명해준 것이 기억났다. 따스한 봄볕으로 조계산의 나무들은 한껏 물을 올리고 있다.

준엽 선엽이는 청량각을 건거 절로 이르는 숲길에서 장난을 치며 뛰어 다닌다.
선엽이는 돌무덤에서 걸음을 멈추어 돌탑을 쌓았다. 무엇을 비는지..

송광사에는 3대 명물이 있다. "비사리구시", "능견난사", "쌍향수"가 그것 이란다.

아름다운 송광사 다리는 공사중이라 아쉽게도 다른 길로 경내로 들어섰다. 많은 스님들의 밥을 담아 두었다는 거대한 비사리구시는 승보전 옆으로 옮겨 놓았다.

오늘은 마침 전시장이 문을 열어 능견난사(그릇)을 볼 수 있었다. 금나라에서 보내온 금속제 그릇인데 임금님이 장인에게 똑같이 만들어 보라했는데, 장인왈 " 그릇의 모양은 능이 짐작할 수 있지만, 어느 것을 놓아도 정확하게 포개지는 이 세트로는 만들 재주가 없습니다"라고 아룄다고 한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요즘이면 간단한 일이었을 텐데..쌍향수는 송광사 말사에 있다고 들었다.

보조국사는 노동으로 울력을 하면서 참선으로 정진을 하셨다 한다. "맡은 일을 다해 한평생을 구속없이 지내자 " 맹세했던 동지들과 함께 우리불교 최초로 체계적 실천운동인 정혜결사를 다짐했다.

입적일화도 유명한데 법당에 앉아 제자들에게 질문을 받다가 석장을 잡고 법상에 앉은채로 조용히 열반에 드셨다 한다.

보조국사는 깨달은 뒤에도 그 경지를 잃지 않도록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돈오점수와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아야 한다는 정혜쌍수를 주장 , 당시 극도의 대립을 보였던 선/교종의 일치점을 만들어 독특한 조계종 선풍을 일으키셨다 한다. 어찌보면 송광사는 조계종의 본원이라 볼 수 있다.

송광사는 총림이라한다.

총림이란 선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정진하는 도량인 선원, 경전을 교육하는 강원, 계율을 전문 교육하는 율원을 갖춘 사찰을 지칭한다.

우리나라의 총림은 해인사, 송광사, 수덕사, 통도사, 그리고 최근 총림으로 승격한 백양사 다섯개 사찰이 있다 한다.

다리 아프다 업어 달라는 선엽이를 달래면서 대웅전 마당에 들어섰다.

조계산에 따스한 봄볕이 든다. 머지않아 물오른 나무들에선 봄 꽃으로 산을 수놓으리라. .

송광사의 해우소는 참 이쁘다. 해우소앞에는 다리가 놓여있고 양옆에 연못이 있다. 연못안에는 개구리들이 초봄볕에 짝짓기에 열심이다. 준엽이와 선엽이는 연못속의 개구리를 확인하기 위해 유심히 연못을 관찰한다
개구리보기가 힘든 도시아이들에겐 꽥꽥대며 울어대는 개구리들이 신기했나보다.

아이들에겐 송광사 개구리만 기억날 것 같다. 다음에 들리면 송광사에서 1시간 30분 거리의 말사 천자암에 들러 보조국사의 지팡이가 자랐다는 수령 700년된 쌍향수를 보고 싶다.

(낙안읍성)

지난번 왔을때에는 낙안읍성 북문근처만 구경했다. 이번에는 넓은 읍성주차장에 내려 정문으로 들어섰다. 많은 인파로 읍성의 거리는 활기를 띈다.

그래도 성벽에 올라본 마을풍경은 한가롭고 평화롭다. 읍성 성길은 훌륭한 산책코스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한바퀴 돌아보고 싶은 곳이다.

준엽이와 선엽이는 전시된 다듬이 방망이가 신기한지 방망이를 잡고 다듬이질을 해본다.
마당 한켠에는 말이 한가롭게 여물을 먹고 있어 가까이가 서보라 하니, 무서운지 자기보다 두배정도나 큰 말에게 까이 가질 못한다.

임경업장군이 쌓았다는 읍성은 소박하고 나즈막하지만 성벽은 매우 견고해 보인다. 왜구가 식량을 위해 침략시 방비했던 곳이라 한다. 이곳은 낙안이란 이름대로 먹을 것이 풍요롭고 살기 좋은 고장인 것 같다.

(녹동항)

남해 지도를 보다보면 굴곡이진 남해 해안과 수많은 섬들로 신비감이 든다.

지리적으로도 매우 아름답고, 특히 남도쪽은 어딜가도 먹을 것이 풍부하다. 고흥반도 끝자락에 있는 녹동항은 소록도로 가는 길목이다.

녹동항 포구는 봄볕에 말리는 생선들과 아름다운 남해 바다와 정박된 작은 어선들로 한폭의 그림이다

(소록도)

소록도는 한센병(예전에는 문둥병, 나병이라 했다) 환자들을 수용, 치료하는 곳이다. 예전에는 한센병에 걸리면 마을에서 쫒겨나고 전염될까 두려워 사람들로 부터 버림받았다.

우리나라는 한센병환자를 세종대왕때 최초로 격리, 수용했다한다.
환자가 많았을 때에는 6000명이상을 수용했다 한다. 작년 통계를 보니 발생환자가 약 800명 선이다.

발병환자들이 모두 이곳에 수용되었는 지는 알 수 없다.
소록도외 녹동항은 지척이다. 배타고 10분정도여서 다리를 구지 않만든 것이 궁굼했다.
들리는 얘기로는 녹동한 인근 마을 주민들이 반대했다 한다.

포구에서 병원 수용시설이 있는 곳까지 송림길이 아름답니다. 약간 거리가 있긴 하지만 산책하기에 아름다운 곳이다.

소록도 공원은 참 아름답다. 여느 공원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배치와 아름다움이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공원조성은 일본인 원장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일본식 정원 배치라 한다.

공원이 만들어 진 것은 일제시대 수호(한국식발음)원장의 악날한 착취에서 시작되었다.

그 일본인 원장은 일을 하기에 가장 긴요한 신체부위인 손가락, 발가락이 잘려나간 환자들에게 가혹한 노동행위를 강요해 많은 사람이 죽거나 심한 부상을 입었다.

(소록도 길)

심지어는 마취도 하지않은 채 의학 실험까지 자행했다 한다.

공원중앙에는 환자들이 인근섬에서 지고 이고 왔다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아래 사진)

" 바위를 지지 않으면 맞아 죽고, 바위를 지면 허리부러져 죽는 바위"란다.

수호원장은 공원개원 기념식장에서 환자중 한분에 의해 살해 당했다 한다.

소록도의 아름다운 경치 만큼이나 슬픈 사연이 아닐 수 없다.

한센병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두분이 있다.

한아운 시인과 다미안 신부님이다. 한아운 시인은 한센병에 걸려 남도길을 향해 가면서 하염없는 슬픔으로 아름다운 시를 쓰셨다. 그분의 시가 공원중앙의 그 큰 바위에 새겨져 있다.

다미안 신부님은 외국 어느 섬에 버려진 한센병환자를 찾아간 분으로 유명하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환자들을 돌보고 사랑을 나누어 주셨다. 홀로 환자들과 견디다 그분도 한센병으로 돌아 가셨다.

선엽이는 다리가 아프다고 보챈다. 아마도 조금은 먼 포구에서 이곳 길이 선엽에게는 무리였던 것 같다. 선엽이를 업고 송림길을 걸어오며 가족과 생이별한 환자분들의 아픔을 생각해 보았다.

(나로도)

나로도는 고흥반도의 또다른 끝이다.
고흥에서 바닷쪽으로 왼쪽길로 쭉가면 녹동항이요, 오른 쪽 끝은 나로도로 이르는 길이다.

내나로도 외나로도 모두 다리가 놓여 차로 통행이 가능하다.
차로 가는 길은 남해바다를 끼고 있어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선엽이는 모두 잠든 버스안에서 자꾸 말을 걸어오며, 장난을 친다. 자기를 업고온 아빠는 버스에 앉자마자 피곤이 엄습해 오는데 선엽이는 아직 팔팔하다. 외나로도 몽돌해수욕장에 다다를 무렵 선엽이는 잠에 빠졌다.

다왔다고 깨우려 하니 자기는 버스에서 자겠단다. 돌이 많아 놀기 좋은 해변일 건데.. 생각이 들지만 피곤후에 꿀잠앞에 돌던지가 무슨 대수겠나 싶어 편안히 자도록 그냥 두었다.

몽돌해수욕장은 아름다운 해변이다. 특히 이곳에서 듣는 파도소리는 인상깊다.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는 여느 파도소리와 비슷한데 밀려 갈 때는 "자자작 자자작..."소리가 예쁘게 난다.

나는 그 소리를 듣느라 여념없고 준엽이는 물제비를 만드느라 여념없다. 준엽이는 물제비 두번을 성공시켰다고 의기양양하게 자랑한다.

나로도는 우리나라 위성발사 기자가 만들어질 곳이다.
얼마전
액체위성 발사체 로켓 첫실험에서 성공시켜 세계를 놀라게했다. 그 최초 발사가 나로도에서 이루어졌다.

액체로켓 기술은 선진국들이 유출을 엄격히 통제 하고 있어 기술확보에 연구원들의 고생이 많았고 오기와 집념끝에았고 국산기술로 이루어냈다 한다.

머지않아 국내기술로 첫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날이 올때 이곳 나로도는 다시 유명해 질 듯 하다.

나로도에서 회정식 점심을 먹었다. 준치회라 하는데 싱싱해서 그런지 입안에서 녹는다.
돌아오는 길에 나로도 상록수림에 들렸다.

자그마한 산을 휘도는 잘 만들어진 산책길이 환상적이다. 점점히 펼쳐진 남해 섬들을 바라보며 평탄한 산자락길을 걷을 수 있어 기분좋은 산책길이다. 길 초입의 송림 백사장도 멋지다.

화장실 시설이 잘 갖춰진 걸 보면 여름 성수기에는 많은 사람이 찾는 곳 같다.
사람이 없는 백사장을 바라보니 한폭의 그림이다. 한여름 휴가철에는 얼마나 붐빌지 궁굼해진다.

(상록수림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