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성

백제 500명 수도의 북성(추정)/ 삼국쟁탈의 중심/ 개로왕의 슬픈 역사

(아차산성-아단성-북한산-백제건립지 )

아차산은 매우 나즈막한 산이다.
하지만 이곳에 오르면 유유히 흐르는 한수이북 한강물줄기가 한눈에 보인다. 또한 맞은편 동네인 풍납동 잠실 일대도 바로 발아래 있는 듯하다. 주말 선엽이, 준엽이와 함께 아차산성에 올랐다. 우리는 구리 방향에서 아차산 오르는 길을 택했다.

사람도 덜 붐비고, 주차공간도 넉넉하여 아차산에 오르기 좋은 코스같다.

아직 녹지 않은 계곡 그늘의 눈과 얼음덩이가 신기해서 길을 잠시 멈추었다.
한겨울에는 아마 꽝꽝 얼었던 계곡이었나 보다. 얼음 두께가 꽤 두껍다.

준엽이와 선엽이는 얼음 아래로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신기한 듯 앉아 구경을 한다. 돌을 던져 보기도 한다.
얼음에 부딛친 돌소리는 북소리같이 퉁퉁 소리를 낸다.
조금 오르다 보니 벌써 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에서 거대한 용이 꼬리질을 하며 S자로 달려오는 듯 하다.
우리는 이곳 바위에 앉아 잠시 경치를 바라 보았다. 바위와 소나무와 한강이 한폭의 그림이다.
이렇게 나즈막한 산에서 이렇게 훌륭한 경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마 그옛날 이 산의 지리적 중요성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길목이 되지 않았겠나 상상해 본다.

고구려 왕자인 온조와 비류가 신하와 백성을 데리고 고구려에서 분리해 남하해 올 때, 형인 비류는 바다가 있어야 한다고 지금은 인천 지방을 고집해 내려갔다.

온조는 아차산 근처에 터를 잡고 나라의 기틀을 다졌다 한다. 그리고 후에 다시 하남위례성으로 수도를 옮겨갔다 한다.

초기 수도 위치는 아직 단정적으로 이곳이다 라고 말하긴 어렵다. 아직도 학자들간 이견이 많다. 너무 오래전 일이다 보니 조선의 학자들도 그 위치에 의견들이 있었나 보다. 정약용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북한산"이란 지명이 이곳 아차산을 이른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곳 아차산은 백제 초기 500년의 수도였던 풍납토성의 북성으로 추정 된다. 그리고 백제의 통치내내 백제영토의 이북지역은 파주, 의정부지역 너머까지 뻗쳐있지 않았나 추정된다.
또 백제는 한성에 수도를 삼았을때 전성기를 갖는다(근초고왕). 그 영토는 중국 해안까지 이르며 황해를 둘러싼 중국영토 상당부분도 백제의 통치하에 있었다. 왜 백제는 중국영토 정복에도 관심을 갖었을까 ?

그것은 온조, 비류의 남하 이동경로와 관계가 있다 한다. 고구려의 당시 본 영토는 만주 지방이었다.
즉 고구려에서 신하와 백성을 데리고 남하할 때, 산뚱반도를 거쳐 배로 한반도에 이르렀다 한다.

당시에는 지역마다 국가적 기반과 통제력이 약했던 시대이여서 해당 지역 지배세력의 양해하에 인천과 한강유역에 정착할 수 있었다 한다. 당시 전라도 지방은 마한의 강력한 영향력 하에 있었는데 마한은 이들 집단에게 백리거리의 영토를 허용했다 한다.

그것은 북쪽지방에 강력한 세력인 낙랑을 견재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여진다.
즉 자기나름대로의 완충지대를 만들어 보자는 책략에서 백제의 정착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째튼 백제는 한강에 기대어 나라를 세우고 강력한 국가로 거듭났다. 그 배경에는 선진적인 문화적/행정적 제도가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더우기 황해의 해상권과 인접지역을 통치하고 있던 백제의 문화는 삼국중 가장 뛰어날 수 밖에 없었다.
한성 백제의 영향력은 일본에도 영향력이 미쳐 삼국간 치열한 전투를 벌일 때에도 백제는 종종 왜의 병사를 끌어와 전투를 벌였다.

백제와 고구려의 다툼은 AD 350년 백제의 근초고왕이 평양을 공격하여 고국원왕을 살해하면서 더욱 격렬해 진다.

그 이후 두나라는 견원지간이 되어 475년 백제 위례성 함락까지 무려 10번 이상의 큰 전투를 벌인다.

경작지가 많지 않았던 고구려의 주 생존 방식은 침략과 정복이다. 오죽하면 고구려에는 부경이라는 일종의 사설창고 시설이 집집마다 있었다 하지 않은가..

그간의 팽팽한 힘의 균형은 고구려의 영웅 광개토대왕이 등장하면서 균형이 무너진다. 광개토대왕은 아단성(아차산성)을 포함 백제 58개성을 빼앗는다.

그의 아들 장수왕은 광활한 고구려의 영토를 남으로 남으로 확장시키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백제정벌을 한다.

백제의 개로왕은 강대한 고구려에 대비하여 튼튼한 방비를 하였으나, 장수왕이 보낸 승려 도림의 꾐에 빠져 대대적인 궁궐확장 공사를 벌이고 민심은 크게 나빠진다. 장수왕 침입시에는 많은 백성이 이미 도망하였다 한다.

7일낮 7일밤의 공세끝에 위례성은 함락되고 궁성들은 불타게 된다. 개로왕은 남성에서(몽촌토성) 빠져나와 피신하려다 고구려군에 붙잡힌다.

그는 이곳 아차산성에 포로로 끌려와 참수당했다 한다. 장수왕이 남하하여 첫번째로 공격한 곳이 바로 아차산성이다.

(이날의 전투상황은 이상하게도 일본서기에 매우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아차산성)

(아차산성 성벽흔적)

이곳을 점령하면 강건너 백제의 풍납토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느누가 이런 군사적 요충지를 빼앗지 않으리요. 그리고 장수왕은 이곳에 베이스 켐프를 치고 고구려의 한성 공격을 지휘하였으리라.

준엽이와 선엽이는 커라란 바위 비탈을 뛰어다닌다. 눈에 보기에 좀 아슬아슬 하지만 나무들도 많아 다치지는 않을 것 같다.
아차산성은 현재 발굴이 진행중이라 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되고 있다 한다.
발굴현장을 보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주말에 2회에 걸쳐 설명 해주시는 분의 인솔하에 관람이 허용된다 한다.

우리는 예약은 하지 못하였지만, 산성을 보러 갔다. 많은 출토 유물과 산성의 중요성으로 성벽 20~30미터 밖에는 철체 팬스가 쳐져 있다. 나는 팬스 밖에서 보이는 산성을 몇장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출토된 유물을 안내하는 안내판의 글을 준엽이와 찬찬히 살펴 보았다.

안내도에는 아차산성의 주요 건물 위치가 그려져 있다. 준엽이에게 백제의 개로왕이 어디쯤에서 참수 당했을까 ? 농담처럼 물어 보았다. 준엽이는 조금 생각을 해보더니, 한곳을 가르쳐 본다.

아무도 모른다.. 단지 1,500년전 긴박했던 역사적 사건을 상상해 볼 따름이다. 불타는 백제의 궁성을 이곳에서 바라보며 백제의 개로왕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으리라...(*이날의 정벌에도 백제는 탈출에 성공한 개로왕의 동생 문주왕을 시발로 다시일어나 약200년의 웅진/사비시대를 연다)
따뜻한 어느 가을 9월에 찾아온 야심만만한 80세 고령의 장수왕과 개로왕의 슬픈 만남은 이곳에서 그렇게 이루어졌으리라...

준엽이와 선엽이를 데리고 아까 머물렀던 경치 좋았던 바위로 다시 갔다. 그리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한강을 굽어보며 시원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을 느끼며 먹는 점심은 꿀맛이다.

점심후 우리는 한동안 이 넓은 비탈바위에서 장난을 쳤다.
산을 오르는 산악인 흉내도 내본다. 산이 낮다보니 조금 내려가면 주차장이다. 시골 여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뒷동산 같다.
우리는 계곡에 머물며 놀다가 근처에 사는 아빠 친구 집으로 향했다. 다음번에는 예약을 미리해서 발굴현장도 보고, 성벽도 자세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