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소수서원

소수서원/금성단/부석사

최초의 사액서원 소수서원(백운동서원), 극락정토를 구현한 부석사 그리고 무량수전

봄볕이 따스한 식목일 준엽이, 선엽이와 함께 영주(소수서원/부석사)를 다녀왔다.
소수서원이 위치한 영주지방은 지리적으로 소백산을 경계로 하여 태백, 담양, 안동과 인접해 있다.

영주/순흥지역은 삼국시대 한때 고구려의 점령지였으며 전략적 요충지로서 치열한 공방전이 있었던 곳이다. 후삼국시대 때에는 후백제와 태봉이 대치하며 영토쟁탈전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곳은 상대적으로 중앙정부의 영향이 적은 곳이었다.

단종 복위운동이 이곳 순흥으로 유배온 금성대군의 주도로 추진 되었다. 하지만 계획이 사전 탄로나 이곳은 중앙정부에 의해 대대적인 탄압을 받는다.

이 사건으로 이지역 많은 선비와 재사들이 죽고, 순흥이란 지명도 없어지게 되며, 감시지역 되었다.
(숙종때 절의지향으로 명예회복됨)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이지역 사람들은 권력에 귀속되길 싫어하는 은둔과 자유주의적 기질이 한다.

엄마는 준엽, 선엽이가 버스안에서 먹으라고 이것저것 과자를 사서 가방에 넣어 두었다.
선엽 준엽이가 하나씩 둘씩 빼 먹으며 버스안에서의 지루함을 달랬는데 돌아 올쯤에는 다 먹었다.

(소수서원 앞 죽계수)

(소수서원)

버스는 88을 타고 미사리쪽으로 와서는 중부고속도에 진입하였다. 그리고 국도를 통해 어느새 중앙고속도로를 달린다.
요즘은 사통팔달로 만들어 놓은 고속도로 덕분에 웬만한 곳이면 3-4시간면 충분하다. 지루할 때쯤 도착하는 시간이다. 선엽이도 꽤나 지루했나 보다 버스가 서자 냉큼 밖으로 나간다. 소수서원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운치가 있다.

(소수서원 / 사진 : 영주시 문화관광 사이트)

소나무 숲길을 조금 가다보면 커다란 당간지주가 보인다. 서원에 웬 당간지주 ?
설명에 의하면 소수서원은 원래 절이 있었던 자리였다 한다. 신라때 창건된 숙수사가 있었던 곳인데, 당시 숙수사는 규모가 꽤큰 절이었다 한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에 유학을 처음 도입한 고려시대 안양선생을 모신 사당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을 받은 사액서원이었다.

서원 앞에는 물색깔이 녹색에 가까운 인상적인 연못이 있다. 이곳을 보며 주왕산 주산지가 문득 생각났다.

천년유혼이란 유명한 중국영화에서 아릿다운 귀신이 날아다니는 안개핀 호수와 같은 느낌. 왠지 음산함도 느껴지는...
이곳이 죽계수라 한다. 죽계수 바위에는 "경(敬)"자가 새겨져 있다.

세조에 대항한 단종복위 계획이 관노의 밀고로 사전 발각되었다. 이사건으로 세종의 8남 금성대군을 비롯한 무수한 사람들이 처형되었는데 그 시체들를 죽계수에 버렸다 한다.

버려진 시신들로 죽계수는 십리 넘어서도 핏물이 흘렀다한다.
후에 이곳에서 죽어간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 경자를 새겨놓았다 한다.

(죽계수=> 위 소나무 사진)

서원에 들어서니 여느 불교사원에 온 느낌이다. 빽곡하지 않고 건물사이에 공간들이 넉넉하여 여유가 있는 배치다. 건물 맨 뒷부분에는 전시관이 있다. 이곳에는 안양선생의 오래된 영정도 있다.

전시관에는 커다란 붓으로 멋진 가훈을 무료로 써주시는 분도 계셨다. 준엽,선엽이와 함께 전시관을 나와 투호놀이를 했다. 선엽이는 옆에있는 윷놀이를 하자고 조른다. 말판에서 잡아먹고 먹히는게 재미 있다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윷놀이는 하지 못했다.

서원은 지역의 사교육기관이다. 이에 반해 향교는 국가에서 운영한 공교육기관이었다. 기능은 선현제사와 유교교육이다. 향교는 중국선현도 제사지내지만 서원은 우리나라 선현만 모신다.

중종때 주세붕이 만든 백운동서원이 최초며, 명종때 퇴계이황의 청에 의해 백운동서원이 사액서원이 되었고, 왕이내려준 소수서원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서원은 초기 지역 교육발전, 지역의 건전한 비판 기능을 했으나, 훗날 조선 피폐의 원인중의 하나가 되었다.
면제특권을(토지,노비) 이용해 양민이 노비로 취직하여 군역을 기피하는 곳이 되는 가하면, 불량유생의 협잡소굴이 되어 지역 수령을 좌우하게 되었다.

이후 약 900여개로 늘어난 서원은 무능한 양반신분 질서를 연장시키고 이익집단화 시키는 고리역할을 하였다..

서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혈연/지연관계 학벌/사제/당파 관계는 조선 상류사회 인맥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당쟁을 만들어 냈다.
오죽하면 대원군이 섭정하여 제일먼져 손댄 것이 서원이었다.(그는 모두 철폐하고 47개만 남겼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교육 / 공교육 논란이 진행중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금성단)

이곳은 금성대군과 이보흠 및 그와 연루되어 순절한 의사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설립된 제단이다.
땅의 신에게도 제를 올린 장소로 추측된다. 왕의 나라였던 조선은 중국과 달리 천신에게는 제사를 지낼 수 없었다. 중국과 군신, 형제의 동맹때문이었는데 조선말 고종때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원구단이 생겨났다.
금성단에는 금성대군의 비와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 금성대군은 세종의 8남이며, 세조(수양대군)는 세종의 차남이었다. 모두 소헌왕후 자식들이다. ** 세종의 장남 문종은 2년 통치후 사망하는데 형제들에게 어린 아들 단종의 보필을 당부하였다. 둘째형(수양대군)에게 끝까지 대항했던 금성대군은 여러곳으로 유배되다가 순흥에 유배되었다. 31세의 나이로 처헝되었다 ** )

(부석사)

소수서원에서 버스로 가다보니 멀리 하얀 눈으로 정상부근이 덮혀있는 소백산 산등성이가 보인다. 따뜻한 봄날씨와 대비되어 눈덮힌 소백산이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같다하니 준엽이는 대뜸 킬리만자로에 가본 적이 있냐 묻는다. 않가본 것을 알고 하는 질문에 나는 감상적이었던 느낌이 확 깬다..틀린얘기는 아니지..

우리는 부석사입구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
경상도 산꼴 음식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선엽이와 준엽이는 식당앞에 조성된 거대한 인공 분수대를 구경하러 갔다.
관광객이 많아지니까 볼거리를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한 투자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부석사는 가파른 산비탈에 넓게 분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보면 여기는 큰 사찰터로 알맞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탈의 경사가 심해 가람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제일 꼭대기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면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정경과 절의 배치가 오히려 어울린다.
이곳 안내인은 일주문에서 무량수전까지 이르는 길을 중생이 극락에가는 과정이라 설명한다.

일주문길은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다.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심은지 오래된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가을엔 멋진 은행나무 길이 될 것같다.

산비탈길 옆에는 쉬어 갈 수 있도록 비탈에 잔디와 바위가 있다. 몇몇 눈에 보이는 노오란 산수유가 눈에 띈다.

부석사에서 처음 만난 건물은 범종루이다. 하단 기둥은 크고 2층 받치는 기둥을 조금 굵기가 작아 안정감을 준다.

이건물은 조선시대 만든 건물이라 한다. 범종루에는 목어와 북 등이 있다. 단청 채색이된 커다란 목어는 생동감이 있다.
이곳 안내를 하는 분은 열심히 절의 이모저모를 설명해 주셨다.

비탈을 올라가면 안양루 아래를 통과하게 되어 있다. 안양루 역시 아름다운 건물이다. 안양루 뒤편에는 무량수전이 있다. 고려시대 만들어진 몇안되는 목조건축물이라 한다.

대부분 조선의 목조 건축양식을 따른 일반 절과는 달리 특이하다. 중간이 둥그런 배흘림 기둥이며, 공포를 가로지른 커다란 외부 보며, 현판 등이 생소한 느낌을 준다. 배흘림 기둥옆에 서서 선엽이와 나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따스한 봄날 발아래 펼쳐지는 아름다운 소백산 자락의 경치가 인상적이다.
나는 경치를 보며 무량수전이 극락이라고 표현한 말에 어느정도 긍정을 하게 되었다. 무량수전은 하늘에서 보면 기둥들이 안쪽으로 오므라지듯 약간 치우쳤으며, 앞면에서 보이는 기둥도 비스듬이 안쪽으로 기울어 졌다 한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주기위해서라 한다.

(무량수전 앞 경치)

파격적인 구상이 아닐 수 없다.
무량수전에대한 설명을 들을 수록 이 건물이 범상한 건물이 아니라는 걸 깨닳는다.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건물을 지은 실력이 예술적 경지에 이른 고려의 목수가 어떤 분일까 궁굼해진다.

둥그런 기둥을 한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앞에 선엽이는 누운자세로 포즈를 취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번뜩이는 선엽이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는 나를 놀라게 한다.

가을이 주는 부석사의 이미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한다.
아마도 일주문에서 들어오는 길옆의 은행나무잎이 노랑색으로 변할 무렵, 주변이 붉게 물든 소백산의 색깔과 자어울리는 환상적인 길이 될 듯 하다.

어느 가을에 부석사에 다시와 무량수전 앞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소백산을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