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의 강원도 여름휴가에서 돌아오는 길에 월정사 / 상원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어느해인가 늦은 여름에 찾아본 월정사의 넉넉함과 오대산 깊은 숲속에 위치한 상원사의 신비함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오대산 -상원사)

상원사까지 가는 길은 월정사 이후 구간부터 비포장 도로다. 먼지 풀풀 날리는 도로다. 차를 타고 올라가니 비포장 도로를 묵묵히 걸어가는 분들께 미안함이 든다.

예전에 자동차를 몰고 비포장길을 달려 산너머 마을까지 간적이 있다. 움푹 패인 몇번의 웅덩이와 아슬아슬한 길을 헤쳐 숲속을 달려 나왔다. 산 정상부근에서 차한대 겨우 다닐만한 길에서 마주 오는 차와 마주쳤을 땐 캄캄 했다.
삐끗하면 산비탈로 구를 수도 있고 좁은 길은 한참이나 후진하는 것이 암담했기 때문이다.
상원사에는 3가지 유명한 유물이 있다. 가장오래된 동종(국보36호), 문수동자상, 중창권선문 이다. 문수동자 상과 중창권서문은 세조와 관련 있다. 상원사 동종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동종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원래 위치는 이곳이 아니지만 우여 곡절 끝에 이 오대산 자락 산꼭데기까지 와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동종에 생긴 균열로 사용하지는 않고 보존되어 있다.

상원사 약사여래상은 국보로 지정된 잘 만들어진 동종이다. "세조가 오대산에서 목욕중에 어느 동자를 만나 등을 밀어달라 하고나서 어디가서 나를 보았다 하지마라 하니, 그 동자는 어디가서 선재를 만났다고 말하지 마세요" 말하고 홀연히 떠났다 한다. 주차장에서 상원사로 오르는 길은 길지는 않지만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이다. 숲길이 끝나자 상원사로 이르는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준엽이와 선엽이와 함께 가위바위보 를 하며 한계단 한계단씩 오르다 보니 어느새 상원사 대웅전 앞마당에 도착했다. 대웅전 마당에서 우리가 올라온 골짜기를 바라보니 아득하다. 이미 가을 색을 띤 파란 하늘이 참 아름답다.

선엽이와 준엽이는 아기자기한 이곳 건물 배치에 호기심을 보이며 둘러본다. 대웅전에 올라 커다란 방석을 하나 깔고 앉아 잠시 침묵에 들었다.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월정사에 들렀다.
하지만 이미 점심때가 한참지나 넓은 월정사 숲 주차장에서 자리를 펴고 밥을 먹었다. 상원사 산보가 힘들었던 지 아이들은 "설마 월정사는 않들르겠지요 ~~~" 읖조린다.
"그려..그냥 가자"

이렇게 좋은 곳 다음에 올기회가 또 있겠지. 월정사 입구에서 월정사에 이르는 길은 차도와는 별도로 보행자 전용도로가 있다 한다. 이 숲길이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길중에 하나라 한다. 다음에 올 일이 하나 생긴 셈이다.

(월악산 송계계곡 / 미륵사지 / 자연관찰로)

8월이 끝날 무렵 충주에 있는 월악산 송계계곡을 찾았다.
이곳은 월악산 국립공원측에서 가족 캠핑하기에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았다. 취사, 화장실, 식수, 등 캠핑관련 부대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

(미륵사지)

월악산 송계계곡 산등성이(하늘재)에는 신라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폐사지 하나가 있다. 커다란 미륵부처님이 월악산 영봉쪽을 바라보시고 계시는 미륵사지이다.

미륵사지 가는 길은 어느 시골길 같이 오롯하고 정겹다. 길가에는 복숭아 밭도 보인다.
태석이와 선엽이는 작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들이 신기한가 보다. 차없는 한적한 이길에서 두 아이는 달리기 시합을 한다.
스쳐가는 바람이 시원함을 더한다.

세련미와 조화미를 갖춘 통일신라의 여느 조각과는 달리 미륵사지 미륵부처님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이 부처님은 북쪽을 향해 서 계신다. 그곳은 월악산 계곡입구이기도 하다.

월악산에 발을 딛는 중생들을 향해 자비의 미소를 베풀고 계신 셈이다. 절 입구에 있는 거북조각 옆 샘에서 우리는 목을 축였다. 월악산 정기를 듬뿍 받은 물을 시원하게 마시고 절터를 둘러 보았다.

미륵부처님 앞에는 5층 석탑이 있는데 미륵부처 같이 소박하다. 역사속에서 그시대의 혼돈은 예술작품에서도 잘 나타난다.이곳 부처님도 혼란스런 시대를 잠재울 미륵을 기다리던 백성들의 염원이 아니었을까 ?

발굴 조사에의하면 이 부처님은 석굴암과 같이 석굴에 모셔져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다.

실제로 미륵부처님 양옆에는 돌들을 쌓아 올린 흔적이 있다. ㄷ 자 모양으로 작은 석굴을 만들어 모신 듯 싶다. 이절은 우리나라에서 드문 석굴사원형태라고 추정한다. 절 앞의 탑의 배치도 석굴에서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설득력이 있다. 석굴암에도 석가여래좌상 앞에 작은 석탑이 있었다.(일본이 가져감)

미륵사지에는 아래와 같은 마의태자와 누이동생 덕주공주의 전설이 내려온다.

"
경주를 떠난 마의 태자일행은 망국의 한을 안고 신라의 국권회복을 위해 병사를 양병코자 금강산으로 길을 가던 중 문경군 마성면에 이르게 되었다.일행은 그곳 계곡 깊은 곳에 야영을 하고 하룻밤을 자게 되었는데, 그 날밤 왕자는 관음보살을 만나는 신기한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관음보살은 왕자에게 말하기를

[이곳에서 서쪽으로 고개를 넘으면 서천에 이르는 큰 터가 있으니 그 곳에
절을 짓고 석불을 세우고 그 곳에서 북두칠성이 마주보이는 자리에 영봉을
골라 마애불을 이루면 억조창생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으리니 포덕함을
잊지말라].

그 곳에서 일행은 북두칠성이 마주 보이는 곳에 파란 별빛을 받고 있는 최고봉이 보이는 장소를 택해 석불입상을 세우고 별빛을 받고 있는 최고봉 아래에 마애불을 조각하였다. 그리고는 8년이라는 세월을 이 곳에서 보내게 되었다. 공주는 만족하였으나 마의태자는 그러하지 못하였다. 태자는 공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초지(初志)를 굽히지 않고 한계산성을 향해 떠났고 마지막 혈육인 오빠와 헤어진 공주는 절에 몸 담고 아버지인 경순왕을 그리워하며 태자의 건승을 빌었다 한다. 그러하기에 미륵리 석불입상은 마의 태자의 상이요 덕주사 마애불은 덕주 공주의 상으로 두 남매가 마주보기 위해 마애불은 남향이고, 석불은 북쪽을 향하고 있다고하며 이들은 일년에 한 번씩 서기를 하여 서로 만난다고 한다.

(자연 관찰로)

월악산 국립공원의 홈페이지는 자료도 비교적 최근 것으로 잘정리되어 있다.
홈페이지 만큼이나 월악산 송계계곡은 잘 갖추어져 있다. 식수대/화장실을 곳곳에 설치한 캠핑장의 시설도 매우 훌륭하다. 더우기 계곡의 물은 수정과 같이 깨끗하다.
대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곳은 계곡에 밥알들이며, 음식찌꺼기 등이 떠다닐만 한데 어떻게 청정한 계곡을 유지했을까 ?

1.4키로에 이르는 월악산 자연관찰로는 산책코스로 자연학습장이기도 하다. 입구에 이르니 자연관찰로 도우미 선생님께서 10명남짓의 우리일행을 반갑게 맞이하여 주신다. 견학신청 예약이 최종확인 되지 않아 걱정스러웠는데.. 선생님께서 작은 확대경을 통해 물이끼를 보여주셨다. 육안으로는 평범한 이끼지만 확대경으로 보니 매우 아름다운 자태를 하고 있다. 우리는 숲길을 걸으며 숲속의 비밀을 하나둘씩 배웠다. 풀잎중에는 아름다운 향기를 품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