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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까운 제부도, 정조의 효심으로 만든 용주사, 사도세자곁에 뭍힌 정조(융건능 : 융능-사도세자, 건능-정조)
(제부도)
선엽이가 방학때 갯벌에 가서 이것저것 잡아보고 싶다 한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주말시간을 내어 가족이 새벽길을 나섰다. 바닷물때가 그리 좋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다.
바닷물이 빠지는 조금시간에 맞추어 2시간전에 도착하는 일정을 짰다.
그래야 빠지는 바닷물을 따라 이것 저것 구경을 할 수 있다. 도착 예정시간은 아침 7시. 출발은 더 이른 아침이다.
제부도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있고, 썰물때에는 물이 빠져 바닷길이 열리기때문에 자동차로 제부도까지 갈 수 있다.
새벽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아침이지만 새벽공기가 신선하다.
제부도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바닷물이 저만치 빠지고 있었다. 아침 9시까지는 계속 빠질 것이다.
선엽이는 물빠진 갯벌을 보니 빨리 가보자 재촉한다.
바닷물이 빠져 이리저리 흐르는 곳에 밤게들이 기어다닌다. 선엽이는 냉큼 한마리를 손으로 잡아 올린다. 겁도없이.
바위가 많은 곳에는 작은 굴이며, 따개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인공재배 굴에 밀려 자연산 굴은 원만큼 크지 않고, 수가 많지 않으면 수지가 안맞나보다.
작은 굴들이 즐비히다. 하나를 열어보니 싱싱한 굴이 들어있다.
바다가 오염이 되어 흙을 파보면 검은 색깔을 띤다. 그리고 생각보단 생물 수가 적다.
제법큰 납작게도 잡았고, 조개, 홍합도 채취했다.
얼마전 바닷가에 가서 잡아 집으로 가져온 게들이 죽은 것을 보고, 선엽, 준엽이에게 먹을 것이 아니면 그냥
놓아주고 오자고 했다.
작은 양파담는 망태로 제법 잡고 돌아올 즈음 물이 아직도 물이 빠지는 작은 바닷물길에 놓아 주었다.
아장아장 기어가는 밤게가 귀엽다. 강한 집게를 갖지도 않고, 걸음도 느릿한 이 게가 아직 살아남아 눈에 많이 띄는 게 이상했다.
작은 소라도 잡은 선병이는 하나를 채취할때마다 아빠를 찾는다.
전문가도 아닌 내게 보고 뭔지 얘기해 달란다. 한참을 잡고 나서 모두 놓아 주고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제부도를 빠져 나왔다.
아직도 이른 아침이다.
엄마에게 이제 겨우 아침 9시 조금 넘었으니
돌아가는 길에 용주사를 들르자고 제안을 하니, 모두 흔쾌히 동의.
(용주사 융건능)
조선 제2의 문예부흥을 이끌었던 정조는 효심도 깊었다.
특히 할아버지의 미움을 받아 뒤주 갖혀 돌아가신 사도세자에 대해 애틋한 마음으로 사도세자가 묻힌 수원을 자주 방문하였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돌아보면 그것은 당파싸움의 소용돌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위해 사도세자의 무덤 가까이헤 세운 절이다.
아직도 이른 아침 우리는 용주사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일주문에서 사찰입구까지는 그다지 거리가 길지 않았다. 입구에는 용주사의 내력과 기록들을 보관하고 있는 작은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앞에는 예쁘게 가꾸어놓은 화단이 있어, 쉬어가기 안성 맞춤.
용주사에 들어서니 고찰의 향기가 느껴진다.
많은 부속건물들도 대체로 예전 모습 그대로다. 선엽이는 절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다닌다.
큰 목조 강당에서는 수련회를 온듯한 학생들이 보인다. 한 스님이 점심공양하는 방법을 일러 주고계셨다.
절밥을 얻어 먹자는 아빠의 제의로 용주사 식당으로 향했다.
공짜로 얻어먹는 것에 반신반의 하는 준엽엄마와 함께 식당에서 비빔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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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엽이는 먹는 것에 관심이 없고, 밖에서 금방 사귄 아이들과 뛰어 논다.
엄마와 준엽이와 함께 맛있게 절밥을 먹었다. 반찬이라야 고추장에 나물 몇가지였지만 꿀맛이었다.
식당의 밥도 맛있고 식당에서 보이는 경치가 아름답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차로 5분거리에 있는 융건능으로 향했다.
이곳은 사도세자를 모신 융능과 정조를 모신 건능이 있다.
돌아가신 후에도 아버지의 곁에 묻힌 정조의 효심이 드러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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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찌푸려 흐린 날씨다.
약간은 멀게 느껴지는 송림을 걸으니 기분도 좋다. 건능앞에는 연꽃들이 아름답게 핀 연못이 있다.
건능으로 향할 즈음 하늘에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구지 산책을 하겠다며 융능에서 건능으로 이어지는 뒷편 산책길로 간 엄마를 기다리며, 건능 사당에 앉아 쉬었다.
준엽이에게 이것 저것 아는 대로 설명을 해주며 되돌아 오려니 엄마가 헉헉 거리며 산책길에서 나왔다.
땀으로 흥건이 젖어 홍조를 띄었다. 엄마는 나름대로 이곳에 와서 산책을 실컫 한 셈이다.
풀숲 이곳 저곳을 뒤적이며, 구경에 여념없는 선엽이를 챙기며 한적한 송림을 걸어 나왔다.
수원이 정조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라면, 이곳 융건능은 주인공인 두분이 사이좋게 잠든 곳이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사도세자는 그래도 훌륭한 아들덕에 복권도 되시고,
복을 빌어주는 절도 받으시고,
곁에서 효심을 다하려는 아들을 두었으니 나름대로 행복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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