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화석정)
오랜만에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날씨도 아직은 선선하여 한여름이 아니라 다행이다.
휴전선과 맞닿아 있는 화석정/임진강지역은 아직도 약간의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다. 이곳은 율곡의 고향마을이기도 하다.
율곡이 8살에 지은 한시를 보면 내용의 깊이에 감탄하게 된다.
율곡은 어머니 신사임당의 본가인 강릉에서 태어났지만 이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은퇴후에도 줄곳 이곳에서 화석정을 짓고
학문으로 소요했다고 한다.
율곡의 아버지는 수군의 장교와 같은 관직을 갖고 있어 대부분을 인천부근에서 근무하여 늘 가족과 떨어진 지내, 어린율곡과도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환경이다 보니 율곡은 어머니에게 보다 많은 정을 받았고, 어린시절 어머니 신사임당이 돌아가시고 무척
상심하여 한때 불교에도 심취하였다 한다.
20대에 과거를 6번 장원급제하여 30대초에는 판서(장관)직까지 맡게되는 천재소년이었지만
나름대로 시대의 선각자로서 고뇌와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이곳 화석정을 더욱 사랑했던 것 같다.
준엽, 선엽이와 이곳에 올라와 보니 탁트인 시야와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의 도도한 흐름이 인상적이다.
화석정 아랫 마을에는 벌써 봄 밭갈이가 끝나 파종을 기다리고 있다. 밭에 앉아 일을 하시는 할머니 모습이 인상적이다
(경순왕릉)
선엽이 준엽이는 버스에서 장난이 심하다.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 경순왕릉에 다달았다. 예전에는 이곳에 오려면 별도의 출입허가를 받아야했지만
지금은 연천군에서 유적지로서 모습을 다듬고 있어 별도의 절차는 필요치 않다.
패망한 나라의 마지막왕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다른 한편으론 경순왕이야말로 신라 천년의 사직을 현재까지 온전히 보전케한 공로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신라말기 수많은 전쟁으로 도탄에 빠진 백성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이미 기울어진 나라를 깨끗이 정리한 분이 아닌가..
패망한 나라의 왕의 모습은 대체로 온전한 모습이 아닌 왜곡되고 포악하거나, 방탕한 왕으로 조작되어 왔다 한다.
그리고 잊혀진 왕으로 남아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이 묘소도 잊혀졌다가 800년후인 조선중기때 발견되어 단장되었다 한다.
선엽이는 묘소 주위에 핀 꽃밭 사이를 누비며 뛰어 다닌다. 멀리 보이는 임진강은 유유히 흘러간다.
(태풍전망대)
아이들에게 통일에 대해 물으면 사실 별로 신통한 대답을 않한다.
워낙 오랫동안 잊혀진 나라라서 그런지 딴 나라 얘기를 하는 것 같다.
북한이 지척인 이곳에서 구비구비 펼쳐지는 북녘 땅을 바라보며 우리땅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준엽이는 왜 서로 총뿌리를 겨누고 있는지 의아해 했다. 눈 앞에 있는 베티고지에서 죽어간 수많은 국군, 그리고 인민군들의 처절한 싸움을 왜 했는 지.
나라의 힘이 약하면 생길 수 있는 일이요, 전쟁이 한번 발생하면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기에 전쟁은 하지 말하야 한다는 말만 해줄 뿐이다.
(숭의전)
오늘은 패망한 나라의 뒷모습을 보는 유적을 두군데나 구경하는 셈이다. 경순왕릉과 이곳 숭의전이다.
숭의전은 패망한 고려왕실을 존중하고 400년 왕국의 왕실을 추모하기 위해 조선이 세워 놓은 곳이다.
건국초기 왕씨 성을 갖은 사람을 모두 씨를 말리는 정책을 폈던 조선은 아이러니 하게도 숭의전을 지킬 왕씨들을 찾는데 애를 많이 썼다.
고려의 왕씨들은 “전”, “옥” 씨 등으로 성을 바꾸어 살기도 했는데 숭의전 건립이후 왕씨들이 이곳에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숭의전 입구에는 왕씨 할머님이 만드셨다는 음식점이 있고 이곳에서 먹은 점심도 맛있다. 준엽 선엽이는 점심을 후딱 해치우고 밖으로 나가 강아지들과 논다.
(재인폭포)
예전 와 보았던 재인폭포는 새롭게 단장되어 관람객들이 보다 접근이 용이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폭포에서 진입로까지 하늘 계단을 만들어 놓아 뾰족한 바위길 대신 편안한 관망로를 통해 가면 재인폭포를 정면으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을 찍기위해 관람로 대신 폭포가까이 갈 수 있는 옆길로 갔더니 준엽이가 걱정을 은근히 하며, 돌아와서는 왜 위험한 길로 가셨느냐고 따져 묻는다.
조금 위험하긴 해도 지정로로 다니라는 말씀이신데.. 엄마까지 거드니 갑자기 유구무언이 되었다.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
전곡리는 동양에서 최초로 아슐리안 석기(주먹도끼)가 출토되어 동아시아에서는 전무해 유럽/아프리카에서 문명이 이전했다는
설을 뒤집고 동양 문화의 자긍심을 세운 곳이다.
입구에 도착하니 아름다운 꽃잔디밭이 눈부시다.
시골집 앞마당에도 빨강 꽃잔디가 인상적이었는데 이곳은 훨씬 넓고 비스듬한 경사면에 촘촘히 심어져 아름답다.
유적을 보기 앞서 준엽,선엽이는 정원같이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꽃잔디 밭을 누빈다.
이곳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음인지 이곳은 정비가 잘 되어 있고, 관람시설도 훌륭하다.
야외에 만들어놓은 구석기 인들의 생활 모습은 당시 생활 모습을 잘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토층 전시관에는 전곡리 구석기유적 발굴을 위해 필생의 노력을 기울인 서울대 김원룡 교수의 발굴노트와 부속 기구들도 전시되어 인상적이다.
준엽이와 선엽이는 토층 전시관에서 여러가지 전시물과 입체 영화를 관람했다. 내용은 좀 빈약했지만 아이들은 몹시 흥미로워 하는 것 같다.
넓은 잔디광장을 조성해 놓고 잔디 광장이 끝날 즈음에는 구석기시대 움집들을 드문드문 만들어 놓았다.
아마 축제 때에는 이곳에서 큰 행사를 하지 않을까.. 입구에서부터 토층 박물관까지 길은 기분 좋은 꽃길이다.
여러가지 색색의 꽃들을 반겨주어 화려하고 즐거운 산책길이다. 강의 흐름이 U자형처럼 생긴 곳에 자리잡은 이곳 지형은 예전에는 어떠했을까 궁굼해 진다.
꽤오래전 얘기다 학자들간에는 20만년~30만년으로 보고 있으니 이제 역사가 시작된지 1만년 남짓이라니 얼마나 오래전 얘기인가..
그 오랜시절 생활을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곳은 흥미로운 곳이 아닐 수 없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한가지 용도가 아닌 다용도로 쓸 수 있는 석기로 일명 맥가이버 칼이라 불린다.
동아시아 최초로 전곡리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되면서 그동안 구석기 시대의 양대 문화(서양은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문화, 동양은 주먹도끼가 나오지 않는 찍개 문화권)를 주장한 모비우스학설을 뒤집는 중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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