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족 14명 여행)
2년전에 친구들과 인천에서 출발하는 오하나마나호를 타고 제주도 한라산 겨울 산행을 한 적이 있다.
금요일 저녁 출발 토요일 산행 토요일 제주 출발 일요일 서울 도착하는 비교적 경제적인 코스라 인기가 좋다.
준엽이와 함께 한라산에 올랐는데 눈이 펑펑내린 후라 한라산의 아름다운 설경에 흠뻑 취하고 왔다.
물론 긴 산행코스에 약간 고생했던 기억도 있다.
겨울 방학 특선으로 아이들과 한라산 산행을 하기로 약조를 받아내었다.
체력이 조금 딸리는 선엽이가 조금 걱정되었다. 이번 여행에는 희수네와 태은이네도 함께 간단다. 아이들끼리 심심치는 않으리라.
(유달산)
출발 전날 인천가는 배의 예약이 취소되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산악회에서 권해주는 코스로 제주에 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일정이 빡빡해서 걱정이 되었지만 별 도리 없다.
목포에서 하룻밤자고 새벽 유달산에 올랐다. 일종의 보너스 산행인 셈이다. 한라산에 오르기위한 워밍업쯤 된다고 할까 ?
아직 깜깜한 밤에 산에 오르니 목포시내 야경이 펼쳐진다. 제일봉의 높이가 220미터 이지만 바위산이라 제법 산에 오르는
기분이 난다.
시내 반대편에는 목포해양대학이 보였다. 화려한 목포시내와는 다른 조용한 모습.
유달산 새벽 공기가 시원하다. 선엽 준엽이도 잘 따라 온다. 산에서 내려와 목포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역시 음식은 남도.. 게장을 비롯 먹음직한 반찬들이 우리의 입맛을 돋우었다. 밥맛이 좋아 아침을 두그릇이나 해치웠다.
썬플아워호는 제주도 가는 여객선중 가장 큰 배라 한다. 승선하기 위해 아래에서 보니 몇층 높이의 빌딩같다.
배에 타자 아이들은 호기심과 놀거리를 찾아 보이지도 않는다.
목포에서 출발한 배는 수많은 섬들 사이를 지나 왔다. 아침햇살에 섬들이 빛난다. 조용히 지나는 배들의 모습이 그림이다.
(한라산 D-1 / 외돌개 + 농원)
4시간 정도를 달려 제주에 도착했다. 도착즉시 점심을 먹고 관광버스를 타고 외돌개 해안으로 갔다. 서귀포에 자리잡은
이곳은 해안 경치가 아름답고 외돌개라는 특이하게 생긴 바위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라 한다.
버스 기사님이 가이드 면허도 갖고 계신 분이라 이것저것 설명을 자세해 해 주셨다.
해안의 경치는 내륙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 준엽, 선엽이는 서로 장난을 하며 잘 정비된 해안 산책로를 뛰어 다닌다.
운전기사님의 설명대로 외돌개 바위는 고기잡이 나간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할머님의 형상으로 슬피 우시는 듯한 모습이고
그 앞 바위모습은 할머니를 위로하려는 할아버지 시체가 떠밀려와 바위가 된 할아버지 바위모습이다.
천길 낭떨어지 절벽을 낀 산책로는 아름답다. 저녁놀과 건너편 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외돌개 구경을 하고 제주 영농후계자들이 운영한다는 ㅌㅌ 농원을 방문했다. 제주도 돌로 장식한 아름다운 분재 작품들이
즐비했다. 아쉬운 것은 지금은 이놈들이 잎을 피우지 않는 겨울이라는 것..
수 많은 분재와 꽃과 폭포 풍경으로 봄,여름,가을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것에 의심지 않는다.
(한라산)
오늘 아침 날씨는 맑음.
어제는 궂은 날씨때문에 토요일 산행예정이었던 인천팀이 제주도에 2~3시간이 늦게 도착하여 정상에 모두 못갔다 한다.
일요일 산행을 하게 된 우리로서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 생각이 든다. 새벽 4시쯤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모두 여관을 나
왔다. 하지만 오기로한 버스가 오질 않는다.
아직 동도 트지않은 새벽에 밖에서 속절없이 기다리려니 부하가 났다. 전화를 해보니 기사가 아마 늦잠을 잔 모양이다.
으이구 ~~ 이많은 사람이 한 사람때문에 고생을 하다니...
헐레벌떡 도착한 운전기사분이 겸연쩍이 우리를 맞는다. 성판악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출발준비... 준엽엄마는 이미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씩씩하게 길을 나섰다.
투덜 거리는 선엽이를 다구치며 산행을 시작했다. 한번 지났던 길이라 그런지 길이 익숙하다. 선엽이의 아이젠이 자꾸
벗겨져 말썽이다. 어른과 같은 밴드형 아이젠이 아이 신발에는 조이지 못하고 헐렁한 것 같다.
아이젠이 없으면 여간 불편한게 아닌데..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니 예전과 같이 수많은 인파로 바글바글하다. 하지만 하늘이 눈을 뿌리고 있어 주변 경치는
아름다운 눈의 왕국이다. 이미 내린 눈과 바람으로 모든 나무들은 상고대로 덮혀 얼음과자 같다.
참 아름답다. 설악이나 태백에서 보았던 설경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아마 이걸 다시 보고 싶어 한라산이 그리웠는지
모른다.
힘들어 하는 선엽이를 밀고 끌고 정상까지 왔다. 일행은 산행 속도 차이로 뿔뿔히 흩어진 상태. 다행이 먼저 도착한
엄마와 만났다. 정상에서는 심한 눈보라와 차디찬 바람으로 오랫동안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경치는 아름답다. 사방팔방 온통 눈이다. 그리고 나무들도 눈이 쌓이다 못해 수북히 평지화 되어 가고 있다.
관음사로 내려오는 눈길은 더욱 아름답다.
비록 길이 어긋나 점심도 제대로 못먹고 관음사 길로 내려왔지만 아름다운 설경으로 배고픈 줄도 모르겠다.
언젠가 이길을 좀더 여유롭게 산행할 수 있길 바라면서..
선엽이는 아빠의 몸에 묶은 2~3미터 슬링에 매달려 눈썰매를 타고 내려왔다. 올라올 때 힘든 것에 비하면
수북하고 푹신한 눈위를 미끌어져 내려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 자기도 즐거운지 콧노래를 부른다.
산을 내려오며 노래른 부르는 모습을 얼마만에 일인지. 하지만 관음사길이 길고 시간에 맞추기 위해 평지에서 길을
재촉했을 때에는 힘들고 아빠가 야속한 지 엉엉 운다. 아직도 꼬마지만 이길이 워낙 길다.
조금은 미안하지만 배시간을 맞추려니 어쩔 수 없다.
다행히 조금 시간을 넘어 주차장에 도착했고 아무탈 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약 19키로의 산행을 아이들과
사고 없이 마쳤다는 게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니다.
힘든 산행을 이겨냈으니 참 대견한 꼬마들 입니다. 준엽, 선엽, 희수, 희준, 태은, 태석 그리고 큰 꼬마 언니
써니.. 모두들 수고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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