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야도로 출발-안산)
휴가 때 섬에 한번 가야겠다고 맘 먹은지 오래됐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해 아쉬웠다. 짧은 휴가를 얻어
고민하고 있던 중 고맙게도 소야도를 추천해 준 회사동료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마침 무료하게 방학 끝머리를 보내고 있던 선엽이도 틈만 나면 갯벌얘기를 해서 아들로 부터 심하게
압박을 받고 있던 터였다.
안산 대부항에 차를 세워두기로 했다. 소야도 다녀온 사람들 얘기로는 구지 차를 갖고 섬까지 갈 필요가 없다 한다.
작년 제주도 한라산 겨울 등반 때를 제외하곤 오랫만에 섬 여행이다. 제주도는 섬 기분은 안들었지만 서해안 많은 섬들을
지나치는 이번 배는 섬에 가는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
준엽이와 선엽이는 배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갈메기에게 새우깡도 던져 준다.
서행안 섬들을 끼고 달리는 여행이 즐겁다.
(소야도 갯벌 첫날)
섬에 도착하니 이미 예약한 곳에서 차를 갖고 나와 기다리고 있다.
요즘은 호젓한 섬으로 가끔씩 알려져 찾아오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한다.
뗏부루 해변에 위치한 민박집은 시설이 열악하지만 전망은 백만불짜리다. 아주머니의 배려(?)로
이층 전망 좋은 방에 자리잡았다. 전화로 조개캐는 것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준비해달고 요청한
터라 아주머니는 호미와 망을 건네 주었다.
도착한 시간과 물때가 맞아 점심을 간단히 하고 바다로 나갔다.
바다물이 벌써 한참 빠졌다. 고운 모래 백사장에 슬리퍼를 벗어 놓고 갯벌로 들어 갔다.
보드라운 갯벌 느낌이 참 좋다. 바닥에 빠지지 않아 부드러운 양탄자를 밟고 다니는 기분이다.
처음 30분은 캐는 방법을 몰라 허당이었지만, 그냥 앉아서 열심히 파면 된다는 말씀을 듣고 열심히
팠더니 조개가 여기저기 많이 나온다. 씨알도 굵은 조개들이다.
선엽이는 흥분되어 열심히 조개를 캐낸다. 짧은 시간에 우리는 많은 조개를 캤다. 일단은 선엽이의 기대에
부흥하는 흡족한 섬이다.
(소야도 갯벌 둘째날)
서해안 다른 섬과는 달리 소야도는 비교적 물이 풍부하다 한다. 그리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해변 백사장 입구에 세면장과 취수장을
설치해 오서 캠핑을 하는데도 불편함이 없다. 캠핑요금, 물값 등을 일체 받지 않는다 한다.
얘기를 들어 보니 그런 것을 받으면 손님들이 이것저것 요구하고 버리는 것을 당연시 여겨 섬 주민들이 요금을 아예 받지 않고
대신 물절약하기 쓰레기 제대로 버리기를 당당하게 계도 하신다 한다.
별로 사람이 없는 뗏부루 해변의 모습은 평화롭다.
한여름 피크 시즌에 이렇게 한가한 백사장에 있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둘째 날 물때에는 민박집 주인 아들 친구들이 엄청나게 큰 그물을 들고 고기잡이하는 데 따라 나섰다.
물은 빠져 있어 갯벌은 널찍하게 우리를 맞는다.
서해안 오염때문에 예전보다 물고기, 조개가 많이 줄었다 한다.
이 섬에는 광어와 박하지(꽃게) 등으로 유명 하다고 한다. 운 좋게도 형들이 들고 나온 그물(한50미터길이)에는 박하지도 눈에
띄었다. 이 놈은 성질이 사나워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선엽이는 녀석의 등짝을 누르고 뒤쪽을 손으로 움켜 쥔다. 녀석의 빨간 집게가 사나워 보인다.
(소야도 갯벌 세째날)
저녁 물때에는 선엽이와 게 잡이에 나섰다. 이곳에는 길게(길쭉하게 생겨 그리 부른 것 같음)와 바위게가 많이 눈에 띈다.
사람 손 때 타지 않은 곳의 동물들처럼 사람이 지나도 별로 도망갈 기색이 없다.
선엽이는 갯벌에서 엄청 큰 집게 두마리를 잡았다. 이 녀석들은 보통 크기의 몇배나 되는 몸집이다.
저녁 무렵 준엽, 선엽이와 해변가로 나갔다. 원래 사람이 적은 곳이니 낮에도 몇명 없고 저녁에는 백사장에 흰파도만 보인다
나는 소나무 몇개를 주워 모닥불을 피웠다. 처음에는 잘 지펴지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 하지만 불이 붙으니 잘 꺼지지 않고
느낌이 좋다. 고요한 백사장에 흰 파도와 노을과 별을 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속도와 싸우는 요즘 아이들, 그리고 나...바쁘다 보니 잊고 사는게 많다. 어린시절 추억속에서 기억되는 오랫만에 해보는 불장난 놀이이다.
소야도에서 나오는 날은 날씨가 맑다. 뗏부루민박에서 제공해준 트럭을 타고 선착장으로 나왔다.
궂은 날씨때문에 배가 2시간은 늦게 들어 온단다.
덕분에 선엽이는 매미를 엄청 잡았고,
나는 맑은 덕적도 포구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