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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이라고 하기엔 쌀쌀한 날씨라서 선엽이와 여행을 하는 것이 망설여졌지만 운주사에대한 나의 호기심이 오래전부터
간직되어 온터라 가기로 마음 먹었다.
얼마전 터어키 여행에서 돌아온 임 국장님과 이홍환 이사장님이 여행에 동행을 해주시어 기대가
되었다.
새벽잠을 깬 선엽이는 피곤하지도 않은듯 열심히 버스 차창밖의 경치를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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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연구소의 이번 답사에는 아직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많은 인원이 참가하지는 않았다. 참여자 중에는 전에 안면이 있는 듯한 분
들이 몇분있어 인사를 드렸다
선엽이는 버스에 타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는지, 쉬지 않고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아침을 부실하게 먹은 것이 걸려
이것저것 싸온 것을 선엽이에게 권해 보지만, 먹을 것은 안중에 없다. 앞에 계신 노부부께서 선엽이가 말도 잘하고, 귀엽다고 몇살이냐고
물으신다.
그리고 과자를 선엽이에게 주셨다. 선엽이는 낼름 잘도 받는다.
여행내내
선엽이는 앞자리, 뒷자리, 옆자리의 일행분들(대개
노인분들)에게 많은 과자와 초코렛을 받았다.
선엽이가 떠들어 대는 바람에 잠자는데 방해가 되었을 텐데 오히려 이뻐하시니, 미안해서 서울로
올라올 때 사과를 깍아 그분들에게 한쪽씩 드렸다.
의제
허백련 기념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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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버스는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탔다. 이도로는 최근에 개통된 길로서 대전을
거치지 않고 거의 직선으로 광주로 가는 25번 고속도로를 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절약 된다 한다.
서울에서 7:30분에 출발하여
광주에 11:00 에 도착했다. 3시간 30분 밖에 않걸린 셈이다. 새로운 고속도로가 속속 개통되니 전국이 더욱 좁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는 화순의 운주사 여행코스가 1박 2일 코스였다 한다. 도로도 아직은 한적하다.
(증심사)
광주에 도착하여 바로
무등산으로 향했다. 이홍환 선생님은 이렇게 좋은 산을 곁에 두고 사는 광주사람들은 축복 받았다고 하신다.
무등산 입구에서 하차하여 계곡을
20분정도 올라가니 증심사가 나온다.
광주 광역시 북구에 위치하고 있는 증심사는 문화재 자료 제 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중머리재를
향하는 산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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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심사는 철감선사 도윤(澈鑑禪師道允 798∼868년)이 860년에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6.25전쟁으로
인해 많은 유물손실이 있었다. 6·25 때에 불탄 건물들은 명부전(冥府殿), 극락전(極樂殿), 회승전(會僧殿), 취백루(翠栢樓)등 조선중기
건물과 이들 전각에 봉안되어 잇던 불상, 탱화를 비롯하여 범종(梵種), 탑 등 귀중 문화재도 큰 피해를 입었다.
증심사에는 국보
제211호 금동석가여래입상(金銅釋迦 如來立像)과 제212호 금동보살입상(金銅菩薩立像)가 국보급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었는데 전쟁중 분실되었다
한다.(국보정리 때 분실국보는 삭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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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매우 가파른 계곡 아래에 터를 잡고 있었는데 절 앞마당에서는 눈이 하얗게 덮힌 무등산
꼭대기가 보인다. 눈덮힌 정상이 햇살을 받아 유난히 빛나 보였다. 절에는 고려시대의 철불이 하나 있는데 색칠을 하지 않아 형체가 부처님의
얼굴 모습을 구분하기 어렵다. 단지 철원 도피안사에 안치된 철불과 비슷한 양식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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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나안전에는 어린이 앉은키 크기의 목조
오백나안이 안치되어 있는데 조각 솜씨가 뛰어 났다.
나는 나안전에 들어가 사진을 찌고 삼배를 올리고 나왔다. 이지역 제일
고찰이 6.25 전쟁으로 너무 큰 피해를 입은 것 같아 참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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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는 한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인데 비극이다.
불타버린
황룡사 9층탑을 다시 볼 수 없는 아쉬움과 같은 느낌으로 증심사를 내려왔다.
(의제
허백련 기념관, 춘설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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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심사를
조금 내려오면 허백련기념관과 춘설헌이 나온다. 기념관은 매우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건물 이었다.
기념관 벽 전면은 투명
유리로 처리하여 내부를 훤히 볼 수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면 의제의 그림들이 있었는데 많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전시실 내부도 매우 아름다운
배치를 하고 있었다. 선엽이는 전시실이 신기한듯 앞서 구경하는라 벌써 사라져 버렸다.
허백련의 그림에서는 중후하면서도 평온한
품격이 느껴진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의제
허백련의 작품 전시장에 가서
적잖이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그분의 작품에서 이전의 동양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자유, 자재의 필치에 놀란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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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내부에는
그분의 일대기도 소개하고 있는데, 어려서부터 그림을 배울 수 있었던 의제는 명치대학에서 법과에 입학하였지만
그림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한다. 그리고 농촌 계몽운동 등의 활동도 하셨으며, 춘설헌에 머물면서 작품활동에 정진 하셨다 한다.
차에대한 그분의 말씀 중에
"차를 마시면 흥하고 술을 마시면 망한다" 이 눈에 띈다. 허백련은 일제가 한국차를 폄하하는 것을 바로 잡기위해 삼애다원(하늘, 땅 ,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을 직접 경영하시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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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원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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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
기념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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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원을 내려와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나오는 반찬가지 수가 많아 상에
그릇을 포개어 놓아 우리는 절로 입이 벌어졌다. 역시 전라도의 음식은 늘 푸짐하다.
나오는 반찬 하나하나도 신선하고 맛있다. 꿀맛 같은
점심으로 우리는 기운을 내어 다음 코스로 향해갔다.
(운주사)
무등산을 빠져나와 화순으로 가다보면 두개의
유적지를 만나게 된다. 하나는 천불천탑의 운주사이고 다른 하나는 화순의 고인돌 유적지이다.
세계에 고인돌 유적이 32,000기 정도가 남아
있는데, 그중 60% 가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다 한다. 고인돌 공화국인 셈이다.
예전에 우리나라 땅 한반도가 살기 좋은 땅이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운주사에 도착하니 선엽이가 품에서 잠이 들었다. 무등산 계곡을 뛰어 다니느라 무척이나 피곤했나 보다.
깨어보다도 잠만 잘 뿐.. 일행은 벌써 운주사로 향했고 난감하게 선엽이앞에 있는데 운전사 아저씨가 깨면 전화할테니 갔다오라
한다. 나는 얼른 아저씨께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운주사로 달려 갔다.
운주사 계곡은 많은 탑과 불상이 있다. 운주사를 감싸고
있는 산자락이 바위산이다.
절입구에는 7층석탑이 줄지어 서있다. 어떤 규칙이라도 있는 것 같이 탑의 모양이 같았다. 그런데 탑의 양식은
파격적이다.탑의 문양은 단순히 연속 X가 새겨져 있다. 임국장님의 설명에 의하면 창건시기가 고려 무신정권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시기에 몽고의 침략이 있어 황룡사가 불타는등 전국이 몽고의 침략으로 피폐했다고 한다. 그리고 운주사의 창건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하셨다. 그리고 이것도 추측일 뿐이라고 부연하신다.
운주사 절 가까히 가보니 또다른 양식의
탑들이 눈에 띈다. 원형판을 쌓아 놓은 탑..그리고 커다란 주판알을 쌓아 놓은 듯한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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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들의 모습의 흔히 보아왔던 그런 탑의 모양이
아니다. 탑의 배치도 문양도 전통적인 제작기법과는 멀다.
수수께기 같은 많은 탑들과 불상을 보면서 그래도 이정도를 조성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했을 거라는데에는 임국장님과 의견을 같이 했다.
이미 소나무가 빽빽한 산속 이곳저곳 바위 근처에는 많은 불상과 탑이 있다.
공사바위에 올라 보니 운주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 온다. 멀리 많은 탑들이 눈에 들어오니 마치 불국토의 수미산에 올라선 것 같은
기분이다.
맞은편 산으로 올라가서 아직 누워 있는 와불을 보았다. 이 와불은 일으켜 세우려다 못한 것 같다.
거대한 바위에
세겨진 이 와불이 일어서는 날 세상은 개벽을 한다는 전설이 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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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거대한 와불을 조성했을까 ?
왜
이런 야산에 수많은 불상들을
만들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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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름 대로 내린결론
이렇다.
"운주사 천불천탑의 조성은 절박한 의도가 있어
만든 것 같다" -
"절박한"은 시간적인 제약이 있었을
듯
"
조성자는 어느정도의 재력이 있었던 귀족이었을 것이다" -
이정도 규모의 조성은 개인으론 거의 불가능
"탑과 불상의 조성은 지방의 수준낮은 장인에의해 조성되었을 것이다" -혹은
탑의 양식으로 보아 고려인이 아닌 타국인이었을 지도..
"운주사의 조성은 어떤 이유에선지 시간적 제약이 있었다" - 곳곳에 만들다 만 흔적들이
많다.
"운주사의 조성의도가 기존
권력세력과 배치되었을 수도 있다" -역사서에 운주사에 대한 기록을 매우 간단하게 등을 맞대로 있는 불상이 있는 곳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내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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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해주시는 임찬웅 국장님, 이홍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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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세우지 못한 거대한 와불)
운주사를 떠나면서 느낌은 절이 여느절과 달리 왠지모를 친근감이 든다는
것이다. 불상의 얼굴 모습, 탑의 모양 등에서 자유로움과 소박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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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도착하니 잠들었던 선엽이가 막 깨고 있었다. 잠에서 깬듯 선엽이는 눈을 멀뚱하게 뜨고
울지도 않고 있었다. 착한 녀석 아빠를 꽤나 위해 주는군...
서울로 향하면서 일행은 덤으로 화순 고인돌 유적지를
들렸다.
이곳에서 고인돌 유적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한다. 예전에 우리가 배웠던 북방식,남방식 구분은 이젠 더이상 의미없다 하신다.
두지역에서 모두 혼합되어 발견되어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인돌이 지배세력의 무덤일 것이다라는 이론도 많은 고인돌
유적에 비추어 일반인들의 것일 수도 있다라는 설도 자리잡고 있다 한다.
날씨가 쌀쌀해서 걱정을 했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안에서 선엽이는 집에 언제 도착하냐 묻는다. 아마 잠을 실컫자고 버스에만 있는 것이 심심했나
보다.
다행히 자리 주위분들이 선엽이에게 과자를 이따금씩 주어 선엽이는 그럭저럭 심심한줄 몰랐다. 엄마가 양재까지 마중나와
주었는데 선엽이는 엄마를 엄청 반가워 한다. 운주사의 탑들도 이밤을 맞고 있겠지 생각하며 나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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