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주왕산/전기없는 내원말을/주산지

(주왕산)

주왕산을 한번 찾기 위해 휴가을 내어 국학 연구소 주왕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오랫만에 연구소의 임찬웅국장님 얼굴을 다시 보니 마음이 기쁘다.
예전 어린 준엽이를 데리고 연구소 모임에 참여할때에는 애띤 청년이었는데,

이제는 결혼도 하고 여행지에 대한 소개도 너무 잘 얘기해 주신다.
예나 지금이나 넉넉한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예전에는 이곳 주왕산은 당일 코스로는 무리였으나 , 이제는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하룻만에도 다녀올 수 있는 코스이다.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한참을 내려가다 경북지방에 이르러 국도를 탔다.
경북지방은 이맘때 사과가 한참 익어가는 계절이다.
차창 사이로 과수원마다 사과나무마다 빨알간 사과들이 탐스럽게도 붙어 있다.
너무 많이 붙어 있는 사과때문에 나무가 휘어져 부러질 것 같다.
"이렇게 비싼 사과가 많이 열려서 과수원 주인들은 부자 되겠네.. "생각을 해보지만 과수원 사과밭에 서있는 주인집 되어 보이는 주택들은 하나 같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학시절 청송에 농촌봉사활동을 온 적이 있다.
농촌체험을 고되게한 어느 후배가 체험소감으로 "농사 짓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나는 절대 농부는 되지 않을 거예요"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농사짓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점심은 주왕산 입구에 있는 어느 방가로 식당에서 단체로 먹었다.
누군가 "음식은 전라도에 가야 제대로 먹지.." 말한다. 돼지 고기넣고 김치 넣고 끊여내왔는데 맛 하고는 거리가 멀다. .

경상도는 전라도와 달리 넓은 평야도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훌륭한 갯벌도 없다. 주어진 환경이 문화를 만는 것 같다.

임국장님이 경상도 지역에서 양반의 유교 풍습이 잘 전해내려오는 이유를 설명하였는데, 조선시대 권력의 핵심이 아닌 경상도 양반들이 치열하게 양반의 예법을 따르는 생활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신분을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신분제도 하에서 계급은 얼마나 중요했던가..이유있는 말이다.

주왕산은 주왕의 전설로 유명한 곳이다. 주왕은 당나라 시대의 주씨 왕손으로
본명은 주도이다 어려서 부터 총명하여 지방의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하였다.

주도는 세력을 결집하여 황권 달취를 위해 당나라 수도 장안으로 진격하였으나 전투에서 크게 패배하였다.
그리하여 주도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은 쫒기는 몸이되어 한반도 북부를 거쳐 주왕산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주왕의 소재를 파악한 당나라 에서 주왕을 칠 것을 요청하니 신라에서는
마씨 형제 장수를(오형제) 보내
전투를 벌여 한동안 이곳에서 대치하였다

그러나 마씨 형제의 군사공격을 당하지 못하고 주왕은 주왕굴에 숨어지내다가 발각되어
철퇴를 맞았다 한다. 주왕에게는 대전, 백련 두 딸이 있었는데 이들의 이름을 딴 대전사, 백련사 두사찰이 나란히 주왕산 입구에 마주보고 세워져 있다.

(제1폭포 - 학소대)
주왕산은 커다란 바위봉우리 사이로 난 아름다운 계곡길이 인상적이다. 이곳 길들은 자연상태로는 등반이 불가능 하여 쇠로 통행로를 만들어 놓았다. 제 1폭포로 가는 길은 정말 환상적인 길이다.

하늘을 보면 커다란 바위가 양옆으로 찌를듯 하여 파아란 하늘이 조금 보이고, 아래를 보면 수정같이 맑은 물이 움푹파인 바위를 휘돌아쳐 계곡을 이룬다.

바위위로 흐르는 계곡물은 소금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쏟아져 내리는 폭포는 높지는 않으나 수량이 풍부하여 아름답다. 그 위를 가설해 놓은 쇠길 통로를 위에서 1폭포를 감상하다보면 잠시 속세의 모든 것을 떠날 수 있을 것같다.

(제3폭포)

제1폭포를 지나면 평탄한 산책로 같은 조금 넓직한 산길이 펼쳐진다. 우측에는 계곡이 흐르고 눈 앞에는 단풍으로 타오르는 산 가을 주왕산이 자태를 뽐낸다. 제 3폭포는 한 15분쯤 가다보면 나오는데

(제3폭포)

(제1폭포)

3폭포는 1폭포보다는 크지만 2단으로 되어 있고, 규모도 1폭포보다 크다. 그러나 1폭포가 아기자기하여 더 아름다운 것 같다. 3폭포 첫 연못 아래에는 커다란 구멍이 3개가 나있다. 마치 거대한 구슬 세개를 꾹꾹 눌러 놓은 형상이다.(아래 사진) 아마도 세찬 물흐름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

오늘은 평일임에도 벌써 산에는 일요일의 도봉산인파 만큼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때로는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할머니들이 노래와 손짓 춤을 추시면 내려오신다. 좀 시끄러워도 가을 낙엽이 타오르는 사람들의 인파속에서 그렇게 듣기 싷지는 않다.

(전기없는 내원마을)

제 3폭포를 구경하고 나오면 내원마을로 가는 팻말이 보인다. 내원 마을로 가는 길은 계곡을 더 올라 가야한다.
주왕산의 바위계곡이 너무 험해 마을에 아직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9가구가 살고 있는데 대개 관광객을 상대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준엽엄마와 애써 한참을 걸어 가니 평탄한 계곡이
나타나고 집들이 한두채씩 보인다.

첫째 집에는 분교인듯한 곳을 주점과 음식점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 자리를 차지하고 가을 정취를 안주삼아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다. 나는 조금 더 올라가 사람이 좀 적은 집으로 갔다.

이곳에서 20년간을 사셨다는 아저씨는 어머니인 듯한 할머님과 같이 살고 계셨는데 할머니 연세가 80세라 하신다. 그런데 훨씬 젊어 보이신다. 그곳에서 준엽엄마는 아저씨가 옥수수로 만든 찐빵을 몇개 샀는데
맛이 너무 좋다고 한다.

아저씨는 여기 지나는 사람들이 전기없이 사는 것을 믿지 않는 다고 한다. 바쁠때에는 일일히 대답하기 힘들어 "네 헬기로 배터리를 수송해서 전기를 켜요..."라고 답한다고 한다. 그말을 믿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의심이 많은 시대에 사는 우리들..

(주왕굴)
학소대를 바로 내려오면 주왕굴로 가는 지름길이 나온다. 임국장님이 나중에
내려올때에는 이길로가서 주왕굴을 보고내려 오라 귀뜸한다. 지름길은 자그마한 오솔길이였는데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 같다. 코스를 챙겨주신 임국장님이 고맙다.

(주왕굴)

내원마을에서 커피까지 마셔서 시간이 매우 빠듯했지만 우리는 주왕굴까지 들러 가기로 했다.

빨라지는 내 발걸음을 열심히 보조 맞추느라 준엽엄마의 얼굴은 이미 빨갛다.
그래도 포기하자는 얘기는 않한다. 좀 미안 했지만 주차장에서 모이기로한 약속시간이 빠듯하여 서둘렀다.

그 산길은 산 중턱을 가로 지르는 길이였는데, 건너편으로 펼쳐지는 멋진 주왕산의 바위 절벽과 단풍으로 힘든줄 모르고 걸을 수 있었다. 열심히 철계단을 따라 계곡을 올라가니 주왕굴이 나온다. 주왕굴은 작은 동굴이었다.

정확히 굴이 아니라 그져 2미터정도 움푹파인 곳이었다.
좀 실망했지만 여유가 있었다면 느낌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바쁜 마음으로 가다보니 여유가 없고 마음만 바쁘기만 하다.

그래도 만나기로 한 시간내에 버스에 도착했다. 버스에 와서 자리에 앉으니 비로서 주왕산이 다시 아쉽게 느껴진다.

주왕굴이나 내원마을까지 보고 내려오니
고생은 했지만 기분은 좋다. 고생많았어요 준엽엄마..

(주산지)

버스를 타고 산길로 얼마가니 산속에 커다란 연못이 나온다.

이곳이 주산지라 한다.

숙종때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못으로 숲이 울창한 곳에 만들다 보니 연못속에 뿌리를 두고 자라는 커다란 나무들이 인상적이다.

연못 한가운데에는 절이 하나 우뚝서있다. 그리고 절 정면에는 물속에 잠긴 일주문인듯한 문이
물에 잠겨져 있다. 어디선가 날아온 오리한 마리가 유유히 물을 가르고 있었다.

중국영화 천년 유혼에 보면 안개핀 연못에 사는 아름다운 여자 귀신들이 있는데 꼭 그 분위기이다.

밤에 이곳에 온다면 아릿다운 처녀 귀신이라도 만날 것 같다. 연못 한가운데 있는 대웅전 한채(주춧돌에 신발이 없는 걸 보면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몸을 반쯤 담구고 자라는 고목들의 풍경에 안개라도 끼면 가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 될 것 같다..
주산지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연못중에 하나일 것이다.

주산지를 나와 서울로 바로 일행은 출발했지만 이내 피곤으로 지쳐 잠이들었다.
서을로 향하는 버스안에서도 주왕산의 아름다운 계곡이 아른 거렸다.